중남미 교류위원회 발족, 한국 기업의 자원·시장 다변화 행보
한국무역협회가 한·중남미 교류위원회를 공식 출범했습니다. 리튬·구리 등 핵심 광물과 6억5천만 명 시장을 향한 국내 기업들의 전략적 움직임을 차분히 짚어봅니다.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한국무역협회(KITA)는 지난 3일 서울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KITA 한·중남미 교류위원회' 발족식을 개최했습니다. 윤진식 무역협회 회장을 비롯해 현대자동차(005380), 포스코인터내셔널(047050), 고려아연(010130), 효성중공업(298040), 농심, 한국수출입은행 등 분야가 다른 20여 개 기업과 기관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업종이 이렇게 다양하다는 건, 중남미를 단순한 수출 시장이 아니라 공급망·자원·소비 시장 전체를 아우르는 전략 지역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중남미가 왜 지금 주목받는지는 숫자로 어느 정도 설명됩니다. 인구 6억5천만 명이라는 규모 자체도 크지만, 리튬·구리 등 배터리와 전력 인프라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의 주요 매장지가 이 지역에 집중돼 있습니다. 칠레·아르헨티나·볼리비아로 이어지는 이른바 '리튬 삼각지대'는 전 세계 리튬 매장량의 절반 이상을 품고 있고, 페루·칠레는 구리 최대 생산국이기도 합니다. 전기차·배터리·재생에너지 전환이 가속화될수록 이 지역의 전략적 가치는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직접투자 흐름도 이 방향을 뒷받침합니다. 산업통상자원부 집계 기준 2026년 1분기 해외직접투자액은 전년 동기 대비 36%를 웃도는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미국·유럽 중심이던 투자 축이 중남미·동남아 등 자원·인프라 지역으로 분산되는 흐름이 수치로도 확인되고 있는 셈입니다. 무역협회의 이번 교류위원회 발족은 이런 흐름에 민관 협력 플랫폼을 얹는 작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참석 기업 면면을 다시 보면 각각의 관심사가 다릅니다. 현대자동차는 중남미 완성차·모빌리티 시장, 포스코인터내셔널과 고려아연은 광물 자원 확보, 효성중공업은 전력 인프라 수출, 농심은 K푸드 소비 시장 확대라는 각자의 셈법이 있습니다. 이처럼 이해관계가 다른 기업들이 같은 테이블에 앉는다는 것은, 중남미 진출 과정에서 정보 공유와 리스크 분산이 그만큼 필요하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물론 중남미 시장은 기회만큼 변수도 많습니다. 국가마다 정치·경제 환경이 크게 다르고, 자원 국유화 정책이나 환율 변동성은 오랜 리스크 요인입니다. 브라질·멕시코·아르헨티나 등 주요국의 정책 방향이 수시로 바뀔 수 있고, 현지 파트너십 구축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교류위원회가 단순한 네트워킹 행사로 그치지 않으려면 실질적인 정보 교류와 리스크 공동 대응 체계로 이어지는 후속 작업이 중요합니다.
시장 관점에서 이번 발족식 자체가 단기 주가 재료로 직결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체크해 둘 포인트는 있습니다. 교류위원회를 통해 광물 공급망 협약이나 현지 합작 투자 계획이 구체화될 경우, 고려아연·포스코인터내셔널처럼 자원 밸류체인에 걸쳐 있는 기업들에 의미 있는 재료가 될 수 있습니다. 당장보다는 분기 단위로 후속 움직임을 지켜보는 시각이 적절해 보입니다.
중남미는 오랫동안 '잠재력은 크지만 실행은 느린' 시장으로 평가받아 왔습니다. 이번 교류위원회 발족이 그 간극을 좁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지, 공급망 다변화가 실제 계약과 투자로 이어지는 속도를 천천히 확인해 나가는 것이 지금 단계에서 현명한 접근일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