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폭락장에서도 연기금이 팔지 않은 이유

코스피가 7월 한 달 새 28~30% 급락하며 '검은 화요일'을 맞이한 날, 연기금은 오히려 순매수로 대응했습니다. 국민연금의 장기 투자 원칙이 실제로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폭락장에서도 연기금이 팔지 않은 이유

7월 28일, 코스피가 하루 만에 10% 넘게 빠지며 역대급 낙폭을 기록했습니다. 이달 전체로는 28~30% 하락 구간에 진입했고, 코스피 시가총액은 6월 말 대비 약 2,000~2,500조 원이 증발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코스닥도 7%대 급락으로 동반 하락하면서 시장 전체가 패닉 분위기에 가까웠던 하루였습니다.

그런데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이 폭락장에서 연기금은 코스피 시장에서 7월 한 달 동안 1,000억 원 이상을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민연금이 이달 국내주식 비중 리밸런싱을 진행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매도는 없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강조해 온 '단기 변동성에 흔들리지 않는 장기 투자 원칙'이 실제 수급 데이터로 확인된 셈입니다.

이 부분을 조금 더 풀어보면, 국민연금의 리밸런싱은 '목표 비중을 맞추기 위한 기계적 조정'입니다. 주가가 급락하면 국내주식 비중이 목표치 아래로 떨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매수 방향으로 힘이 실릴 수 있습니다. 이번 급락 폭이 워낙 컸기 때문에 리밸런싱 논리 자체가 매도보다 매수 쪽으로 작동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연기금이 팔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맥락도 함께 이해해 두는 게 좋습니다.

시장 전문가들의 시각도 체크해 둘 만합니다.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코스피 6,000선 붕괴 구간을 '과매도·저평가 영역'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이번 급락의 원인을 메모리 업황과 AI 투자 기대치의 재조정 과정으로 보고 있습니다. 실적 시즌을 통과하며 유의미한 반등 가능성을 언급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다만 이는 전문가 의견이지 확정된 방향이 아닙니다. 참고 수준으로 받아들이는 게 적절합니다.

외부 변수도 하나 더 챙겨야 합니다. 같은 날 일본 규슈 구마모토현 인근에서 규모 7.1의 강진이 발생했고, 쓰나미 경보·주의보까지 발령됐습니다. 구마모토는 자동차·반도체·공업 인프라가 밀집된 지역입니다. 피해 규모와 공장 가동 중단 여부가 아직 불확실한 상태이기 때문에, 관련 공급망 종목들의 추가 변동성 가능성은 열어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이날 저PBR 기업 공표 제도의 세부 기준을 발표했습니다. 코스피는 업종별 PBR 하위 25%, 코스닥은 하위 10% 상장사가 대상이며, 최초 명단 공표는 2026년 11월 2일로 예정돼 있습니다. 시뮬레이션 기준 최대 220개사, 유예 적용 후에는 최소 120개사가 첫 명단에 오를 전망입니다. 폭락장 한가운데 나온 정책 발표지만, 중장기적으로 밸류에이션 인식 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제도적 변화라는 점에서 별도로 체크해 두시길 권합니다.

오늘 같은 날, 연기금이 순매수를 유지했다는 사실은 '지금 사야 한다'는 신호가 아닙니다. 다만 시장 최대 기관이 패닉 매도에 동참하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수급 안정의 바닥을 어느 정도 지지해 주는 요인임은 분명합니다. 급락 이후 반등이 오는지, 아니면 추가 하락이 이어지는지는 아직 확인이 필요한 구간입니다. 수급 흐름과 외부 변수를 함께 보면서 차분하게 지켜보시는 게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접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