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젠슨 황 회동, 폭락장 속 HBM 협력의 의미
코스피가 중동 리스크로 5% 넘게 급락한 날, SK그룹과 엔비디아의 최고위 회동이 전해졌습니다. 단기 시장 충격과 중장기 메모리 협력 기대를 어떻게 구분해 봐야 할지 차분히 짚어봅니다.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우드사이드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만찬 회동을 가졌습니다. 샌프란시스코 AI 서밋 전날 마련된 자리였고, 양사의 오랜 협력 관계를 재확인하는 동시에 AI 인프라 투자와 차세대 메모리 개발 방향을 함께 논의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SK하이닉스·SKT 경영진도 총출동한 자리였다고 하니, 단순한 의례적 회동 이상의 무게감이 느껴집니다.
문제는 이 소식이 전해진 날의 시장 분위기가 너무나 달랐다는 점입니다. 7월 24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406포인트 넘게 빠지며 6,690선에서 마감했습니다. 전날 힘겹게 돌파했던 7,000선을 단 하루 만에 반납한 셈입니다. 중동에서 유조선 피격 사태가 불거지고 미·이란 군사 충돌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고, WTI도 90달러대를 돌파했습니다. 유가·금리·달러가 동시에 튀어 오르는 이른바 '3고' 우려가 한꺼번에 쏟아진 하루였습니다.
수급 면에서도 극단적인 그림이 나왔습니다. 외국인이 약 4조 2천억 원, 기관이 약 2조 2천억 원어치를 순매도한 반면, 개인은 6조 3천억 원 이상을 순매수하며 급락 구간을 통째로 받아냈습니다. 코스피200·코스닥150 선물이 5% 넘게 빠지면서 매도 사이드카까지 발동됐습니다. 전날 밤 뉴욕 반도체 지수와 나스닥이 급락한 여파가 그대로 아시아 시장으로 전이된 형국이었고, 닛케이225도 2.73% 하락하며 반도체주 중심의 투매가 이어졌습니다.
SK하이닉스(000660)도 이 흐름을 비껴가지 못했습니다. 반도체 대형주 전반이 7% 내외 급락하며 지수 하락의 핵심 동력이 됐습니다. 최태원 회장과 젠슨 황의 회동 소식이 장 중에 전해졌지만, 그날만큼은 매크로 충격이 개별 호재를 압도했습니다. 이런 날에는 재료가 아무리 좋아도 지수 전체가 무너지면 개별 종목이 버텨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이번 회동의 의미를 흘려보낼 필요는 없습니다. 엔비디아 입장에서 HBM(고대역폭 메모리)의 안정적 공급처 확보는 AI 서버 로드맵 전체와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SK하이닉스가 HBM 분야에서 쌓아온 기술적 우위와 엔비디아와의 협력 관계는 단기 주가 등락과 별개로 중장기적으로 체크해 둘 포인트입니다. 차세대 HBM 개발 일정과 공급 계약 구체화 여부가 향후 실적 방향성을 가를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지금 시장의 시선은 당장 내일의 매크로 변수 쪽에 더 쏠려 있습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4.7%를 넘어서며 신흥국 위험자산 전반에 부담을 주고 있고, 7월 FOMC에서 긴축 논의가 재점화될 수 있다는 경계 심리도 가라앉지 않은 상태입니다. 빅테크 실적 발표와 AI 설비투자 지속성에 대한 불확실성도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중동 정세가 빠르게 진정되지 않는 한, 단기 변동성은 쉽게 줄어들기 어려운 구간입니다.
결국 이번 SK-엔비디아 최고위 회동은 '중장기 방향성 확인'의 성격이 강합니다. AI 인프라 수요가 구조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 그 중심에 한국 메모리 기업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다만 그 가치가 주가에 반영되는 시점은 지금처럼 매크로 충격이 시장을 지배하는 국면이 어느 정도 소화된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은 재료의 질을 확인하되, 타이밍은 시장 분위기를 함께 보면서 판단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오늘 같은 날은 조급하게 움직이기보다 차분히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