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코스닥 서른 살, 거래대금 빠지는 이유를 짚어봅니다

코스피 대형 반도체주로 시중 자금이 집중되는 사이 코스닥 거래대금이 급감하고 있습니다. 창립 30주년을 맞은 코스닥의 구조적 유동성 문제와 제도 개편 방향을 차분히 살펴봅니다.

코스닥 서른 살, 거래대금 빠지는 이유를 짚어봅니다

코스닥이 올해로 서른 살이 됐습니다. 1996년 7월 1일, 미국 나스닥을 모델로 지수 1000을 기준점으로 출발했지만 지금 지수는 900대에 머물러 있습니다. 출발선보다 뒤처진 숫자 하나가 지난 30년의 무게를 압축해서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최근 코스닥 거래대금이 급락하고 있고, 그 배경에는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 중심의 코스피 대형 반도체주 쏠림 현상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시중 자금이 특정 대형주에 몰리는 현상은 시장 전체의 온도 차를 만들어냅니다. 반도체 빅2가 뜨겁게 달아오를수록 중소형주, 특히 코스닥 종목들로 흘러가야 할 유동성이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이른바 '거래대금 블랙홀' 효과입니다. 이게 단기 이벤트라면 기다리면 되지만, 문제는 이 패턴이 반복되면서 코스닥 투자자들의 피로감이 누적된다는 점입니다.

구조적인 문제도 함께 봐야 합니다. 코스닥은 신뢰와 수급 양쪽이 동시에 막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부실기업이 퇴출되지 않고 오래 머물면 시장 전체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신뢰가 낮아지면 기관·외국인 자금이 들어오지 않으며, 유동성이 얕아지면 개인 투자자도 점점 멀어지는 악순환입니다. 거래대금 급락은 이 악순환의 결과물 중 하나로 읽힙니다.

금융위원회는 이미 2025년 12월에 코스닥 신뢰·혁신 제고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부실기업의 신속 퇴출, 다른 하나는 기술특례 상장 대상을 바이오 중심에서 AI·항공우주·에너지 등 전략산업으로 넓히는 것입니다. 상장유지 기준 시가총액도 상향 조정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손질하고 있습니다. 방향 자체는 맞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체크해 둘 포인트는 이 정책들이 실제 집행 속도를 얼마나 낼 수 있느냐입니다.

외부 환경도 녹록지 않습니다. 환율 변동성이 커지는 국면에서 외국인 자금은 코스닥보다 유동성이 풍부한 코스피 대형주 쪽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기획재정부가 6월 초 회의에서 원화 변동성 확대와 야간 NDF 모니터링을 강조했다는 점은, 외국인 수급 측면에서 코스닥이 당분간 불리한 환경에 놓일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환율이 안정되지 않는 한, 외국인 자금의 코스닥 유입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렇다고 코스닥 전체를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 거래대금 감소는 분명한 약점이지만, 동시에 정책 드라이브가 본격화되는 시점이기도 합니다. 기술특례 상장 확대로 유망 성장기업이 코스닥에 새롭게 유입된다면, 중장기적으로 시장의 질적 구성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의 거래 위축이 영구적인 침체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회복의 속도와 강도를 결정하는 건 결국 정책 실행력과 시장 신뢰 회복의 타이밍이 될 것입니다.

코스닥 서른 살 생일이 마냥 축하 분위기는 아닙니다. 그래도 지금이 구조 개편의 골든타임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당분간은 코스닥 전체 거래대금 추이, 금융위 제도 개편 후속 조치, 그리고 반도체 대형주 모멘텀의 지속 여부를 함께 지켜보시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