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메리츠증권 3680억 신종자본증권 발행, 지금 왜 이 카드를 꺼냈나

메리츠증권이 연 5.60%, 30년 만기 사모 신종자본증권 3680억 원을 발행했습니다. 코스피가 5%대 급락한 날, 이 자본 확충 카드가 던지는 신호를 차분히 짚어봅니다.

메리츠증권 3680억 신종자본증권 발행, 지금 왜 이 카드를 꺼냈나

연합인포맥스 금융 보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008560)이 2026년 6월 26일 3680억 원 규모의 사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습니다. 발행금리는 연 5.60%, 만기는 30년이며 발행일로부터 매 5년째 되는 날에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하고 연 2%를 추가한 이율로 재조정되는 스텝업 구조입니다. 인수자 면면도 눈에 띄는데, 700억 원은 계열사인 메리츠화재가 가져갔고 나머지는 엠에프에스제일차(950억 원), KB손해보험 등이 분담했습니다.

신종자본증권은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되는 하이브리드 채권입니다. 채권처럼 이자를 지급하지만 자본 항목에 잡히기 때문에 자기자본비율(NCR 등 건전성 지표)을 직접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습니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주식 발행(유상증자)으로 기존 주주 지분을 희석하지 않으면서도 자본을 늘릴 수 있는 실용적인 수단입니다. 메리츠증권이 이번 발행의 목적으로 '투자 여력 확보'를 명시한 것도 그 맥락입니다.

5.60%라는 금리 수준은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현재 국고채 3년물이 3.7%대 안팎에서 움직이는 점을 감안하면, 신종자본증권 특유의 후순위성·콜 연장 리스크에 대한 프리미엄이 약 180~200bp 얹혀 있는 셈입니다. 5년 단위 스텝업 조항이 있어 발행사 입장에서는 5년 시점에 콜옵션을 행사해 조기 상환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입니다. 시장 참여자들도 대개 '사실상 5년물'로 받아들이는 구조입니다.

타이밍이 흥미롭습니다. 오늘 코스피는 글로벌 IT 업황 우려와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겹치며 장중 8~9%대 급락, 서킷브레이커와 사이드카가 동시 발동되는 이례적인 하루를 보냈습니다. 종가 기준으로도 전일 대비 5%를 훌쩍 넘는 하락이 확인됩니다. 시장이 흔들리는 날 대형 자본 조달 공시가 나오면 '급하게 돈을 모으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사모 방식 신종자본증권은 공모보다 절차가 간결해 발행 시점 선택의 자유도가 높습니다. 시장 변동성보다 내부 투자 계획 일정에 맞춰 발행 시기가 정해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체크해 둘 포인트입니다.

계열사인 메리츠화재가 700억 원을 직접 인수한 구조도 주목할 만합니다. 그룹 내 유동성을 순환시키는 동시에 인수자 입장에서는 5%대 중반의 안정적인 이자 수익을 확보하는 구조입니다. 보험사는 장기 부채 특성상 장기 자산 매칭 수요가 크기 때문에 30년 만기 신종자본증권은 운용 측면에서도 맞는 퍼즐 조각입니다. 그룹 전체 자본 배치 전략이라는 관점에서 읽히는 대목입니다.

이번 발행이 단기 주가에 직접적인 호재나 악재로 작용하기는 어렵습니다. 자본 확충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이미 시장이 급락장을 소화 중인 상황에서 개별 이슈보다 지수 흐름이 압도적인 영향력을 갖는 날이기도 합니다. 체크해 둘 포인트는 이번 확충된 자본이 어떤 투자처로 향하는지, 그리고 향후 분기 실적에서 운용 수익 개선으로 이어지는지 여부입니다. 메리츠증권은 부동산 PF, 대체투자 분야에서 공격적인 운용으로 알려진 만큼 자본 여력이 늘어나면 관련 딜 파이프라인도 함께 주목해 볼 만합니다.

오늘처럼 지수가 크게 흔들리는 날은 개별 공시 하나하나를 과대해석하기보다, 시장 전체 국면을 먼저 파악하고 개별 이슈는 중기 맥락 안에서 판단하는 것이 좋습니다. 메리츠증권의 이번 자본 조달, 일단은 '투자 여력 확보'라는 선언으로 받아들이고 실제 집행 내용을 지켜보는 흐름이 적절해 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