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SK하이닉스, 25년 넘은 삼성전자 시총 1위를 흔들다

ADR 상장 기대감과 패시브·ETF 수급이 맞물리며 SK하이닉스가 보통주 기준 시총에서 삼성전자를 추월했습니다. 이 변화가 의미하는 바를 차분히 짚어봅니다.

SK하이닉스, 25년 넘은 삼성전자 시총 1위를 흔들다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25년 7개월간 이어져 온 삼성전자(005930)의 보통주 기준 시가총액 1위 자리에 균열이 생겼습니다. SK하이닉스(000660)가 그 자리를 치고 올라온 건데, 단순히 주가가 올랐다는 이야기보다 그 뒤에 얽혀 있는 수급 구조를 함께 봐야 이 장면이 제대로 읽힙니다.

가장 직접적인 트리거는 최대 40조 원 규모로 거론되는 ADR(주식예탁증서) 상장 재료입니다. ADR은 국내 주식을 미국 증시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증서인데, 상장이 현실화되면 글로벌 패시브 펀드와 ETF의 편입 수요가 새롭게 발생합니다. 시장이 이 기대감을 선반영하는 과정에서 수급이 집중됐고, 그게 시총 급등으로 이어졌다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패시브 수급이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패시브 펀드는 지수 내 비중이 높아질수록 더 많이 사야 하는 구조입니다. SK하이닉스의 시총이 커지면 지수 내 비중도 올라가고, 그러면 이를 추종하는 ETF들이 추가 매수에 나서게 됩니다. 시총 확대 → 비중 상승 → 패시브 매수 → 시총 재확대라는 선순환 고리가 형성되는 셈입니다. 이 구조가 이번 수급 집중의 배경 중 하나로 꼽힙니다.

물론 수급만으로 이 그림이 완성된 건 아닙니다. SK하이닉스는 HBM(고대역폭 메모리) 시장에서 선도적인 지위를 유지하고 있고, AI 가속기 수요와 맞물린 실적 기대감이 주가 체력 자체를 끌어올려 왔습니다. 수급이 불을 붙이기 좋은 바닥이 이미 깔려 있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짚어둘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역전은 '보통주 기준'이라는 전제 아래에서입니다. 우선주를 포함한 전체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삼성전자가 여전히 앞선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어느 기준을 쓰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는 만큼, 숫자 하나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수급 흐름이 어느 쪽으로 기울고 있는가'라는 방향성에 집중하는 게 유효합니다.

시장 전체 맥락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코스피가 9,000선을 넘어선 역사적 국면에서 지수 내 대형주 간 주도권 변화는 더 크게 부각될 수밖에 없습니다. 지수 상승기에 수급이 어디로 쏠리는지가 곧 다음 단계의 수익률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그 흐름 속에서 SK하이닉스가 주목받고 있다는 점은 체크해 둘 포인트입니다.

전문가들도 이 변화가 국내 산업 구조 자체가 바뀐 신호는 아니라고 선을 긋습니다. 반도체 중심의 수출 구조는 그대로이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함께 그 구조를 떠받치고 있다는 점도 변함없습니다. ADR 상장이 실제로 어떤 일정과 규모로 진행될지, 그 과정에서 수급이 어떻게 움직일지를 차분히 지켜볼 시점입니다. 🔍